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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일본 총리 사망, 그는 누구인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선거 지원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도중 숨졌습니다. 일본 우익의 상징적 정치인이 사망하면서 일본 정치권도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아베는 2006년 53세의 나이로 최연소 일본 총리가 되었고, 최장 기간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는 2006년 9월 26일부터 2007년 9월 26일까지 366일 동안 복역한 후 사임했습니다. 2012년 12월 26일 재신임 후 연임에 성공했고, 2020년 8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암이 재발해 총리직을 사임했습니다. 총 재임 일수는 3,188일로, 고모부 사토 에이사쿠(1901~1975)와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 사토 에이사쿠(2798일)를 제쳤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 퇴진 이후 지병을 회복한 뒤 2021년 정치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아베 파벌의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치러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면서 일본의 '실질적 총리'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아베 총리는 오는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전국을 돌며 평화헌법 개정, 자위대 명기 역습 능력 등 우익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책이 '아베노믹스'라는 과감한 경기부양책이었습니다. 그의 성공적인 재선 당시, 일본은 엔고와 경기 침체로 인해 오랜 불황을 겪고 있었습니다.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인적·물적 피해가 컸던 2011년, 일본 국민은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통화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제안했습니다. 수출업자들이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돈을 풀어 큰 이익을 낸다면 이는 임금과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과는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베가 2012년 12월에 취임했을 때,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는 85엔이었습니다. 하지만, 엔화의 가치는 3년 만에 50% 급락한 125.8엔을 기록했습니다.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물가 상승률도 2018년 6월 0.8%까지 올랐습니다. 2012년 4.3%에 달했던 실업률도 2019년 9월 기준 2.4%까지 떨어졌습니다.

 

아베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은 한마디로 미국 우선주의와 아시아 경시로 대표됩니다. 동아시아 국가를 중시하는 '아시아주의'를 배제하고 미일동맹을 강조한 것입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국을 우선시해 왔지만 아베 정권 시절에는 더 심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가 서로를 '신조' '도널드'라고 부를 정도로 '브로맨스'를 과시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모임에서 라운드 도중 손수 카트를 몰았고, 멜라니아 여사와 딸 이방카의 생일까지 챙겼습니다. 일본 내부에서도 굴욕외교, 여행 가이드 등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려는 우익세력 아베에게 미국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일본은 평화헌법인 헌법 9조에 따라 군대를 가질 수 없습니다. 아베는 일본을 전쟁 쉬운 나라로 바꾸기 위해 9조의 헌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A급 전범이 합사 된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는 등 보수 강경파의 행보를 보이면서 아시아 국가들과 멀어졌습니다. 한일관계도 냉각기가 최악이었습니다.

 

그는 2006년 취임 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한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움직임은 보수적이었습니다. 2013년 4월, 아베는 국회에서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정 협상이 타결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협정 정신이 훼손됐다며 한국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2018년에는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외에도 회사(일본제철)의 한국 자산 압류 조치가 논의되었습니다. 그러자 일본 정부가 '국가 간 신뢰 훼손'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한국도 수출 심사 우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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