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담보로 떠나 매달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인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사람이 올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해지 인원도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택연금은 가입 당시 집값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정한다. 집값 하락이 예상되면 청약은 늘고 해지는 줄어든다.
매일경제신문이 22일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입수한 '주택연금 월별 중도해지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는 전년보다 30% 증가한 323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도해지 건수는 6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암울했던 2017년(3927건)과 정부가 집중적인 부동산 규제 정책을 쏟아낸 직후인 2019년(3384건)에는 1분기 기준 신규 가입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연금 해지 건수도 2019년 1분기 203건에서 2020년 555건, 2021년 1032건으로 급증했다가 2022년 656건으로 뚝 떨어졌다. 집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해지 건수가 줄어든 것은 2019년과 올해뿐이다.
향후 집값 움직임을 반영해 행동하는 주택연금 가입자들은 전반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서울은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제주 등은 가입자가 급증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청년들의 '드릴' 구매가 주를 이뤘던 경기도와 인천에서 주택연금 가입이 크게 늘면서 부동산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점을 드러냈다.
22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연금 보증공급 증가폭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가장 컸다. 보증공급은 만 100세까지 신규 가입자에게 공급되는 연금보장 총액을 추정한 것이다. 제주의 1분기 보증 공급액은 2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5.7%(182억 원) 증가했다. 세종이 271.7% 상승해 2위를 차지했고 대전(196.5%), 인천(154.8%), 광주(124.0%) 등이 뒤를 이었다.
6위(118.1%)였던 경기도가 인상률이 아닌 금액 기준으로 1조 3,246억 원이 증가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수도권 집값 고공행진이 주택연금 보장 공급 산정에 반영된 결과다. 인천도 1,735억 원(3위)이 늘어나면서 전국 평균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울은 주택연금에 대한 지역 통계로 특히 유명하다. 서울은 집값 고공행진에 따른 보증공급 증가율에서도 17개 광역시·도(3803억원) 중 2위를 기록했지만 증가율은 25.7%로 13위에 그쳤다. 전국 평균(66.0%)을 크게 밑돌았을 뿐 아니라 전년 대비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1년 서울의 주택연금 보장 공급 증가율은 62.4%로 최근 10년간 올해보다 5배 이상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장 겸 부동산팀장은 "지난 1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서울은 예외로 취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택연금 통계가 주택시장 개입이 특히 높은 계층에서 여론을 보여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결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주택연금 가입자들이 전체 자산에서 주택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 주택시장 가입과 해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단순히 집값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판단되면 집을 팔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대신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주거문제 해결과 생활비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